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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후회없이

hanlee.com 2011. 9. 6. 02:14
요즘 드라마의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열어보는
제 투두리스트를 계속 둘러봅니다.
죽음이 고려된 버킷리스트만큼 절실하지는 않지만요.

저도 하고싶은 일이 무지무지하게 많습니다.
하고 싶다고 적어놓은 일도 무지 많죠.
몇가지는 실천도 했고
또 몇가지는 더디긴 하지만 실천중입니다.
더딘 이유는 명확한 데드라인과 명확한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좀더 구체화할 생각 이예요.

2000년 반지하방 원룸에서 자취할 당시
출근하는 매일 아침마다 이불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갔었습니다.
다른 이유보다, 제가 이 방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예요.
그렇다고 당시 인생이 힘들었거나 그런건 전-혀 아니예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행복한 때였죠.

그저, 정말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람일이라는건 앞일을 누구도 알 수 없고
오직 하나님만이 아시므로
매일 아침 마지막 죽음을 준비한거였습니다.
의도적으로 뭔가 인위적으로 한 행동도 아니고
제 마음이 그렇게 움직여요. 그렇게 안 하면 굉장히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저는 뭔가를 안해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것은
그 씨를 없애버리기위해 꼭 해야합니다.
후회하는거 정말 못 참거든요. 미쳐요.

그 어떤 일로 인해 제가 마침 그날 집에 오지못하고
그날부터 세상에 없게되더라도
그래서 누군가 제 방에 들어오더라도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를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때만큼 아주 순수하고 진심어린 마음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제 행동 이면에 아주아주 깊게 깔려 있습니다.

내일일을 알 수 없고,
아니 당장 몇초후를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후회하지 않기위해
기회가 될 때 해야할 말은 꼭 하고
해야할 일은 꼭 하고
가야할 곳은 꼭 갑니다.

종종 게을러서 바로 실천이 안되는때가 많기는하나
그래도 마음에 짐으로 안고 빠른 시일내에
갈 곳 가고, 할 말 하고, 할 일 꼭 하려고 해요.
제가 당장 내일 그 어떤 일이 일어나서
갈 곳 못 가고, 할 말 못 하고, 할 일 못 해서
후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늘 마음 깊숙히 있어요.

가령 사고가 나서 길바닥에 쓰러져 있고 대신 의식이 있는데 죽어가고 있다면,
그날 아침 우리 아이들이랑 은주에게
혹 사랑한다고 말을 못 하고 나왔다면,
그 얼마나 후회 스러울까요.
어제 바닷가에 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시간이 주어졌는데 쓰지 못해 후회할까봐
그 후회의 여지를 단 하나라도 줄여보려고
매초단위로 행동을 결정하는게
바로 저 입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늘 저에게 물어요.

제가 죽을때 후회할 일인가.

---

아침에 출근할 때
반드시 아이들에게 뽀뽀하고 안아주고
반드시 은주를 안아주고 뽀뽀해요.
제가 그날 다시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거든요.

죽음을 생각하면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 때문에
감사하게도 큰 후회없이 많은 것들을 했어요.
전에도 적었지만
내일이면 그 어떤 일로 갯벌에 뛰어 나갈 수 없을때가 올 수도 있기에 갯벌로 뛰쳐 들어가구요
내일이면 그 어떤 일로 노래를 못 부를 수도 있어서
기록으로 남기고 노래를 불러요.

---

제가 무슨 성인군자처럼 멋드러지게 죽음을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건 아니고
그 관점보다, 그거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까봐 미련이 있을까봐 행동으로 옮기게돼요. 마음속에 괜한 미련이 남아서 돌아보긴 싫거든요.

전자제품 살 때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완전 100% 필이 꽂히고 확신이 서서
사고 싶은게 있으면
묘안을 더 내서 꼭 삽니다.
뭔가 돈이 부족해서 그 아래 급을 사 봤자
저는 여전히 사려고 했던걸 바라보면서
후회하고 있을거거든요.
그게 정말 싫어요.
돈이 많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후회하면서 받을 스트레스가
정말 미치도록 싫은 거예요.

---

'현재'라는 것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끼어있는
계속 움직이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예요.

그리고
절대, 결코
똑같은 환경과 똑같은 몸상태와
똑같은 날씨와 똑같은 내 주변 사람과
똑같은 식성이,
결코 두번 다시 똑같이 다가오지 않아요.

먹고 싶은 음식이요?
그날 그 타이밍에 꼭 먹어야합니다.
그 음식과 그 식성이 사라질 수도 있어요.
아니, 그 음식점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입고 싶은 옷이요?
언젠가는 못 입을 때가 와요.
기회가 주어져 있을때 원없이 입어야지요.

존재하지 않는 현재를
꼭 잡아야 합니다.

2011년 9월 6일 새벽
선선한 가을을 향해 달리는 밤
추워지기전에 해야할 일들을 떠올리며

// 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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