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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book

나, 비 뚫고 가

hanlee.com 2011. 7. 27. 11:09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아주 미미하다는걸.

미미야.

비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퍼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뚫고 지나가는 저 많은 사람들은
다들 할일들이 있고 무언가의 목적이 있다는걸.

비를 맞고
비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는건
비를 뚫고 가야할 목적이 분명한 것이고

바지와 신발을 흠뻑 젖게 만들게 될 것이 뻔함에도
비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는건
그것보다 더 큰, 가치있는 일이 비를 뚫고 나간 후에 있다는 것.

오래전에 나는 비를 뚫고 지나왔고
수년전에도 나는 비를 뚫고 지나왔고
근래에도 나는 비를 뚫고 지나왔고
어제도 나는 억수같은 비를 뚫고 지나왔고
오늘도 나는 폭포같은 비를 뚫고 지나왔고
내일도 나는 쏟아지는 비를 뚫고 지나갈꺼고
수년후에 내게 퍼부을 비도 뚫고 지나갈 각오를 해야지.

잔잔한 비는 누군가와 함께 맞으며
기분나쁘지 않게 도란도란 지나올 수 있겠지만

억수같이 퍼붓는 비는
누군가와 얘기할 정신도 없고
어쨋거나
혼자서 뚫고 지나와야한다는 걸,
우산속 혼자라는걸.

번개가 치면
공포도 혼자 어쨋든 견뎌봐야한다는걸.

비가 오락가락 변덕을 부려도
이유를 묻지 않고 열심히 걸어가야
언젠가는 비를 맞지 않을꺼잖아, 미미야.

세상엔 뭐든 이유없이 벌어지는 일이 없음을 깨달아본다면
지금 쏟아부어지는 비도 그분의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
앞이 안 보일만큼 퍼부어도
뚫고 나갈 이유를 가지고 나선 만큼
완주를 해야지.

그러고보니,
우산 없이는 뚫고 지나오는게 결코 쉽지 않았겠다.
우산 없이는.

하나님 없이는.

감사.

2011년 7월 27일
미친듯이 비 오는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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